얼마 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경기 4강전에서 요르단에서 패배하고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 나왔다. 아직도 그 논란은 진행 중인 것 같다. 언론에서는 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던 것일까?
우선은 선임 과정에서 의사 결정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고, 졸속이었다. 사람을 선임, 채용, 선발하는 과정은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통상 2~3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그 시간이 국가대표팀의 감독 후보자를 검토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일 수도 있지만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 오늘날 축구 대표팀의 감독 후보를 선정할 때 초야에 숨겨진 제갈량 같은 인물을 삼고초려 방식으로 모셔 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경기와 과거 전력은 매스미디어에 의해 공개가 되고, 국가대표군에 오를만한 인물의 과거 경력, 지도 스타일에 대한서 수많은 평가는 온라인상에 남겨져 있다. 클린스만의 감독이 독일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경기 중 목에 피가 나도록 이야기하는 동영상을 보면, 그에게는 세간의 평판처럼 전략과 전술은 거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한 말을 들어보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미사여구만 잔뜩 늘어놓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을 선발할 때는 경력도 관찰한다. 면접관들은 사람을 채용할 때, 근무 경력이 2~3개월 단위로 끊긴 사람을 경계하게 되는데, 너무 잦은 이직이나 근로기간이 짧은 경력은 좋은 메시지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임되자마자 그만둔 사례도 있었고,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기 전까지는 3년간 경력을 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를 선임해야 했을까?
클린스만 감독은 좋게 말해서 수평적 리더십이고 나쁘게 말하면 방관하는 입장에서 팀을 관리했다. 수직적,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수평적 리더십 중 반드시 수평적 리더십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의 반열에 최초로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가까웠다. 철저히 선수들이 그에게 복종하게 했고, 그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상향적 수평적 리더십은 평상시에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에 좋은 리더십이지만, 위기 상황에 놓여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팔로워에게 역할을 정확하게 배분하여 전략의 정확한 타이밍을 달성해야 할 때는 하향식 리더십이 더 잘 작동한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이나 노량 해전에서 작전을 짤 때 휘하 군졸들 의견을 취합했을까? 오랜 고독의 시간 속에서 모든 힘을 다했을 것이다. 그리고 축구 경기는 순간마다 빠른 의사 결정을 요구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대한축구협회가 놓친 것 중 하나는 클린스만과 계약조건을 정교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중간 평가에 따른 계약 해지 가부, 재택근무에 대한 규율, 감독으로서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역할, 위약금에 대한 규율에 대해서 충분히 정리가 되지 못하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클린스만은 감독직 수행과 관련하여 과거에 안 좋게 끝난 전력도 있으니, 아마도 계약이 파기되었을 경우의 대비를 철저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그런 점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관련 계약을 책임지고 꼼꼼하게 점검한 사람이 없었던 것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서초동의 작은 개인사무실 변호사라도 짚어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무시되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계약, 관리의 과정에서 우리 대한축구협회는 평범한 조직에서도 범하지 않은 여러 가지 실수를 하였다. 항간의 풍문대로 의사결정권이 너무 소수에게 집중되다 보면 다른 참가자들은 손을 놓게 된다. 하급자들은 의사결정의 명분과 논리를 이해할 수 없어서 어디까지 신경 써서 챙겨야 할지를 파악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윗분께서 다 알아서 잘하셨을 거로 생각하고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관여하고 챙겨봤자 불필요한 책임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번 클린스만의 선임이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아쉬운 것이 매우 많은 의사결정이었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 citizen@hanmail.net
출처 : 법률저널(http://www.lec.co.kr)
위 글은 법률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